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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화암사와 신선대 트래킹을 기대하며

by 하니맘의방 202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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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사의 고요함과 절경이 만나는 곳

뷰맛집-화암사찻집(출처:화암사홈페이지)


가을이 다가올수록 산을 걷고 싶은 마음이 부쩍 커집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 이 계절에는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다가가고 싶어 집니다. 올해 가을 트래킹 코스로 저는 강원도 고성의 화암사와 그 너머 신선대를 선택했습니다. 설악산 북쪽 끝자락, 북한의 금강산과도 가까운 이 지역은 여전히 고요하고 순수한 자연의 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 깊은 산속 천년 고찰, 화암사


화암사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설악산의 북동쪽 능선 깊숙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천년 고찰입니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지금까지도 조용한 수행의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화암(華巖)’이란 이름은 사찰을 둘러싼 웅장하고 기묘한 바위 지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곳은 설악산 남부의 백담사나 신흥사처럼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아니기에, 진짜 ‘산사(山寺)’의 고요함과 사색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사찰에 이르는 숲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며, 걷는 내내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동행합니다.

특히 화암사는 지리적으로 북한 금강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금강산과의 연결 고리를 가집니다. 과거에는 이 지역 일대가 ‘내금강’으로 가는 옛 불교 수행자의 길목 역할을 했다고 하며, 화암사 역시 금강산을 향하는 중요한 중간 거점으로 인식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은 분단으로 인해 길이 끊겼지만, 지리적으로는 금강산에서 뻗어 내려온 산맥이 설악산과 이어지는 구간에 화암사가 자리한 것입니다.

2. 신선이 노닐던 암봉, 신선대


화암사를 지나 숲길을 따라 1~2시간 정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신선대입니다. 해발 약 850m 높이에 위치한 너른 암반 지대이며, 그 이름처럼 신선이 머물다 간 듯한 고요하고 특별한 분위기를 간직한 장소입니다. 트래킹 코스는 가파르지 않지만, 중간에 바위 구간과 흙길이 혼합되어 있어 간단한 등산 장비는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신선대에 오르면 무엇보다도 탁 트인 전망이 압권입니다. 바위 끝에 서면 동쪽으로는 동해가 한눈에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날씨가 맑은 날에 북한의 금강산 줄기까지 희미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등산객들이 “운이 좋으면 금강산의 윤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을 꼽습니다.

남쪽으로는 설악산의 연봉들이 이어지며, 가을이면 이 능선이 붉게 물들어 절경을 이룹니다. 신선대 정상의 평평한 바위에는 ‘선인좌(仙人座)’라 불리는 움푹한 홈이 남아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서 신선이 앉아 차를 마시며 자연을 즐겼다고 전해집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풍경은 정말로 신선이 머물만한 장엄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3. 고요한 가을 트래킹, 쉼과 전망을 함께


화암사와 신선대 트래킹 코스는 약 3~4시간 정도의 소요 시간이 걸리며, 난이도는 중하 정도로 비교적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길이 관광지화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등산객의 발걸음이 적어 고요하고, 사람보다 자연과 더 오래 대화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가을철 단풍과 가장 잘 어울리는 코스 중 하나입니다. 단풍이 물든 숲을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느려지고, 눈길이 자꾸 주변으로 머뭅니다. 신선대에서의 풍경은 단순히 ‘멋있다’는 감탄을 넘어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평화를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특히 금강산과의 지리적 연속성은 이 코스에 또 하나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분단으로 인해 금강산을 쉽게 갈 수 없는 현재, 신선대는 우리 땅에서 금강산을 바라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금강산의 모습은 아련하면서도 경건하게 느껴지고, 자연이 나누어진 현실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마무리하며


올가을, 사람들로 북적이는 등산로 대신 조용한 길을 걷고 싶다면 화암사와 신선대를 추천드립니다. 천년 사찰의 고요함, 신선대의 탁 트인 조망, 그리고 금강산을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는 땅끝의 풍경이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이 길은 단순한 트래킹 코스가 아닙니다. 자연과 역사, 분단의 아픔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길입니다. 저는 올가을, 바로 이곳에서 그 모든 감정을 되새기며 한 걸음씩 나아가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화암사#신선대#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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