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을 여행하다 보면 유명한 관광지뿐만 아니라 도시 속에서 여유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제가 뉴욕을 찾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 중 하나가 바로 하이라인(The High Line)과 그 옆에 자리한 첼시 마켓(Chelsea Market)입니다. 두 곳은 걸어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하루 일정으로 묶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하이라인, 고가 철로에서 도시공원으로
하이라인은 원래 1930년대에 지어진 고가 화물 철로였습니다. 당시에는 맨해튼 서쪽 항구에서 들어오는 물품을 도심으로 옮기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 철로 운행이 중단되면서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이 공간을 허물지 않고 재생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고가 철로가 자연친화적인 산책로로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하이라인은 약 2.3km에 달하는 길이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서 시작해 첼시를 지나 허드슨 야드까지 이어집니다. 길 위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 풀들이 심어져 있고 곳곳에 벤치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도시 한가운데서도 여유롭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뉴욕의 거리 풍경과 허드슨 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매력적입니다.
걷다 보면 중간중간 예술 작품 전시나 거리 공연을 만날 수 있고, 철로를 따라 보존된 옛 선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봄과 가을에 방문하면 계절 꽃과 단풍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첼시 마켓, 미식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
하이라인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바로 옆에 첼시 마켓이 나옵니다. 이곳은 과거 ‘나비스코(Nabisco)’라는 제과 회사의 공장이었는데, 1990년대 후반에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복합 문화·상업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오레오 쿠키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 건물입니다.
첼시 마켓 내부는 붉은 벽돌과 철골 구조가 어우러져 빈티지한 매력을 뽐냅니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푸드코트, 신선한 해산물 가게, 빵집, 디저트 전문점, 독특한 기념품 숍 등이 모여 있습니다. 특히 로브스터 플레이스(Lobster Place)에서는 신선한 랍스터와 굴, 참치 사시미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저는 마켓 안에서 랍스터 롤과 클램 차우더를 맛봤는데, 촉촉하고 부드러운 랍스터 살이 버터향 가득한 빵과 어우러져 정말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일본식 라멘, 멕시코 타코, 프렌치 디저트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 먹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이동과 접근성
하이라인과 첼시 마켓은 모두 맨해튼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이라인 시작점(가네포트 스트리트): 지하철 A, C, E 노선을 타고 14th Street 역 하차 후 도보 약 5분
첼시 마켓: 9th Avenue와 15th Street 교차로에 위치, 하이라인 입구 바로 옆
두 곳은 서로 붙어 있기 때문에 하이라인을 먼저 걷고 첼시 마켓에서 식사를 하거나, 반대로 마켓에서 식사를 한 후 하이라인을 산책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습니다.
여행 팁
1. 계절 선택 – 봄과 가을이 산책하기 가장 좋습니다. 여름에는 다소 덥지만, 초저녁에 가면 석양과 야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2. 편한 복장 – 하이라인은 꽤 긴 거리이므로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3. 시간대 – 오전에는 사람이 적고 조용한 분위기, 오후에는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4. 카메라 필수 – 도심 속 전망과 독특한 건축물, 거리 예술이 많아 사진 찍기 좋은 장소입니다.
마무리 소감
하이라인과 첼시 마켓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뉴욕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하이라인에서는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산책로를 걸으며 도심 속 여유를 느낄 수 있었고, 첼시 마켓에서는 전 세계의 미식을 한자리에서 맛보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뉴욕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하루를 할애해 두 곳을 함께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첼시마켓#하이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