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드우드 숲과 노천온천에서의 하루
몇 해 전, 뉴질랜드 북섬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여행 중 로토루아(Rotorua)라는 도시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바로 코끝을 찌르는 유황 냄새,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증기, 그리고 나무와 자연이 만든 숲 속의 명상 공간이었지요. 이 글에서는 로토루아의 대표적인 명소인 레드우드 숲과 로토루아 온천 체험을 중심으로 추억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유황 향기 가득한 도시, 로토루아
로토루아는 뉴질랜드 북섬의 중심부에 위치한 도시로, 전 세계 여행자들이 온천과 지열 지대를 체험하기 위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도시 전체가 지열 활동의 중심에 있어, 도심 어디를 가든 유황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곧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로토루아에 도착한 시기는 뉴질랜드의 초가을, 한국으로 치면 9월 말쯤의 날씨였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고, 낮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어 여행하기 딱 좋은 기온이었습니다.
온천과 증기의 도시

로토루아에는 폴리네시안 스파(Polynesian Spa) 같은 유명 온천 시설도 있지만, 저는 자연과 더 가까운 노천온천을 선택했습니다. 온천수가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곳에 돌을 둘러 만든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그야말로 대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뜨거운 온천수의 김이 몸을 감싸고, 멀리 강인지 바다인지 모를 넓은 수면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물안개와 김이 어우러지며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냈고, 지열 지대 특유의 소리 없는 요동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번잡함을 모두 잊고, 고요함과 평화를 마음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레드우드 숲, 명상의 공간
온천 체험 후에는 레드우드 숲(The Redwoods – Whakarewarewa Forest)을 찾았습니다. 로토루아 도심에서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곳은, 수십 미터 높이의 레드우드 나무(캘리포니아 삼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숲입니다.
삼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오고, 바닥에는 부드러운 침엽수 잎이 깔려 있어 걷기에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저는 특별히 트리워크 같은 액티비티를 하지 않고, 그저 숲길을 걷기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충분했습니다. 공기 속 피톤치드가 폐 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 들고, 걸음을 옮길수록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습니다.
나무들 사이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자, 바람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나무가 삐걱이는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마치 숲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당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요함 속에 묻힌 채,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떠올리는 로토루아의 기억
로토루아는 온천 도시로서의 매력도 크지만, 그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도시였습니다. 뜨거운 증기와 차가운 공기, 고요한 숲과 요동치는 땅, 이 모든 대비가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레드우드 숲의 정적과 온천수의 온기, 그 둘을 함께 느낄 수 있었기에 이곳은 지금도 제 여행 기억 속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장소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단순한 명소 관광을 넘어서 자연과 진정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로토루아와 레드우드 숲을 꼭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로토루아#레드우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