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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페스를 가다

by 하니맘의방 2025.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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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공장:직접촬영

모로코의 향기, 색채, 그리고 시간 - 페스 샹누아라 가죽 염색공장을 걷다


모로코 여행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페스(Fès)의 샹누아라 가죽 염색공장(Chouara Tannery)을 말하겠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가죽 염색통들, 그 위에서 작업에 몰두하는 장인들, 그리고 코끝을 찌르는 강한 냄새. 감각의 모든 영역이 자극되는,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체험이었습니다.

도시 정보 – 페스(Fès), 모로코의 살아있는 박물관

페스는 모로코 북부 내륙에 위치한 도시로, 모로코의 옛 수도이자 지금도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로 여겨집니다. 9세기에 건설된 도시로,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페스 엘 발리(Fès el-Bali)라는 구시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카라우이인 대학(University of al-Qarawiyyin)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며, 중세 이슬람 세계의 학문과 예술, 종교가 꽃피었던 장소입니다. 골목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역사책처럼 느껴지는 도시죠.

가죽 염색공장 – 샹누아라 탄네리 (Chouara Tannery)


사진 속에 보이는 이곳은 페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샤우아라 가죽 염색공장(Chouara Tannery)입니다. 약 11세기부터 운영되어 왔다는 이곳은, 지금도 전통 방식으로 가죽을 가공하고 염색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염색통은 동그란 수조 형태로 수십 개가 나란히 놓여 있으며, 각 통에는 다양한 천연염료가 담겨 있습니다. 붉은색은 양귀비, 노란색은 사프란, 갈색은 대추야자, 파란색은 인디고 등 천연 식물을 활용해 만든 색들입니다. 이 염료에 동물 가죽을 담그고 밟으며 색을 입히는 작업이 이루어지죠.

하지만 아름다움만큼 강렬한 것도 있으니 바로 냄새입니다. 전통 방식의 가죽 가공은 비둘기 배설물과 소의 오줌 등을 섞어 만든 용액을 사용해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에, 염색장이 가까워질수록 코끝을 찌르는 독특한 냄새가 퍼집니다. 그래서 입장 전에는 민트를 손에 쥐어주거나 코에 대게 하는 상점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곳은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장소입니다.

여행기 – 골목과 냄새와 상인들, 그리고 모로코의 정취


페스의 구시가는 미로 같은 골목길로 유명합니다. GPS도 자주 먹히지 않고, 똑같이 생긴 골목이 수백 개여서 길을 잃기 쉬운 곳이죠. 하지만 그만큼 모험심을 자극하는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양탄자 가게, 황동 공방, 향신료 가게, 그리고 문틈 사이로 피어오르는 민트티 향기까지... 이곳의 모든 것이 낯설고 흥미롭습니다.

염색공장을 찾아가는 길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골목 곳곳에서 “탄네리? 탄네리?”라고 말을 걸며 따라오라는 상인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합니다. 대부분은 주변 상점의 옥상으로 안내해 주며, 그곳에서 염색장의 전체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다만, 구경이 끝난 후에는 꼭 상점 구경 혹은 팁 요구가 뒤따릅니다. 거절이 어려운 상황도 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옥상에 올라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장관입니다. 염색통 하나하나가 마치 물감 팔레트처럼 오묘한 색으로 채워져 있고, 그 위를 장인들이 맨손, 맨발로 오가며 작업하는 모습은 마치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 같습니다. 전통이란 단어가 피부에 와닿는 순간입니다.

여행 팁


위치: 페스 엘 발리 구시가지 내

입장 방법: 직접 입장은 불가하며, 주변 상점 옥상에서 관람

추천 시간대: 오전 10시~오후 4시 (햇빛이 있을 때 색감이 가장 선명함)

주의할 점: 상인들의 집요한 접근, 팁 요구에 유의

TIP: 냄새가 걱정된다면 손수건이나 민트 준비 필수

마무리


페스의 샹누아라 가죽 염색공장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천 년을 이어온 전통과 사람의 손길이 만든 삶의 현장입니다.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낯설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땀과 색, 냄새와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모로코의 본질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다면, 페스의 염색공장을 꼭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곳에서의 기억은 아마 여행이 끝난 뒤에도, 색과 냄새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본 여행기는 모로코 페스 샤이아라 염색공장을 방문한 후기입니다. 현지 정보는 방문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로코여행,#염색공장,#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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