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리산은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이지만, 정작 발길을 옮긴 건 작년 5월이 처음이었습니다. 충청도가 고향이지만 속리산은 늘 ‘언젠가 가야지’ 하며 미뤄온 산이었죠. 등산에 익숙지 않은 제게도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찾던 중,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문장대를 오르고 다시 되돌아오는 최단 원점회귀 코스를 알게되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첫 발걸음, 기대 반 설렘 반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공기부터 달랐습니다. 아직 아침 햇살이 퍼지기 전이었는데, 산 아래서부터 느껴지는 맑은 기운이 긴장감을 조금은 누그러뜨려주더군요. 길 자체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숨이 가빠졌습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상이 따랐습니다. 오르는 내내 펼쳐지는 초록초록한 풍경과 수없이 이어지는 기암괴석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의 소리까지. 마치 자연이 주는 선물 같았고, 그 안에서 저도 조금씩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장대 정상, 그 장쾌한 풍경
드디어 문장대 정상에 올랐을 때, 그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높이 1,054m의 문장대는 속리산 국립공원 내에서도 대표적인 전망 명소로 손꼽히는데요,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은 그야말로 장쾌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속리산의 능선들은 부드럽고도 강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멀리까지 이어지는 산자락과 들판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 위로 떠 있는 구름 한 조각조차도 그림 같았죠.
사진을 여러 장 찍었지만, 그때의 감정과 바람의 느낌은 오롯이 담기지 않더군요.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은 역시 다르다’는 말을 절로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다녀온 산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아쉬움을 품고
정상에서의 충분한 여운을 안고 다시 하산길에 올랐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여전히 경사와 바위길이 반복되어 체력 안배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하산 중에도 보이는 풍경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힘들어 미처 눈길을 주지 못했던 바위의 결,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 새소리 등등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연 속을 걷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습니다.
다시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로 돌아왔을 땐 두 다리가 풀리는 느낌이었지만, 마음만큼은 가득 찼습니다. ‘아, 속리산을 이제야 만난 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속리산, 다시 가고 싶은 산
속리산은 그저 높거나 험한 산이 아닙니다. 오히려 묵직하게 자신만의 기운을 품은, 품격 있는 산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문장대 코스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속리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였습니다.
등산에 익숙지 않은 분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고,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지점도 많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무엇보다 5월의 속리산은 자연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시기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고향 땅에서 처음 마주한 속리산, 그리고 문장대. 그날의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다시 찾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며, 이번 등반기를 마칩니다.
TIP
코스 정보: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 → 문장대(왕복 약 5.5km / 소요시간 약 3~4시간)
방문 시기 추천: 5월~6월 신록기 / 10월 단풍철
준비물: 등산화, 스틱, 물, 간단한 간식, 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