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의 호수는 원래부터 관광 명소로 계획된 곳이 아니었습니다. 1988년, 도카치다케 화산의 분화로 인한 이류 피해를 막기 위해 비에이강 유역에 사방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 호수입니다. 이 댐 뒤로 물이 고이면서 숲이 잠기게 되었고, 그 결과 낙엽송과 자작나무들이 물속에 서 있는 독특한 풍경이 탄생했습니다.
호수가 푸른빛을 띠는 이유는 물속에 포함된 수산화알루미늄 성분 때문입니다. 이 성분이 태양광과 만나면서 짧은 파장의 푸른빛을 산란시키는 ‘콜로이드 현상’이 발생하여, 계절과 날씨에 따라 터키색, 에메랄드, 암청색 등 다양한 색으로 변합니다. 이 신비로운 색감은 애플의 Mac OS 배경화면으로도 채택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청의 호수로 가는 길
청의 호수는 홋카이도 가미카와 군 비에이초 시로가네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접근 방법은 다양합니다.
렌터카 이용 (가장 추천)
- 삿포로 → 비에이: 약 2시간 30분
- 아사히카와 → 비에이: 약 40분
- 비에이 중심에서 청의 호수까지는 약 20분 거리
- 주차장 이용료: 승용차 기준 500엔
대중교통
- 삿포로역 → 아사히카와역: JR 특급 카무이 이용 (약 1시간 20분)
- 아사히카와역 → 비에이역: JR 후라노 선 (약 30분)
- 비에이역 → 청의 호수: 도호쿠 버스 또는 관광버스 (약 20~30분)
일일 투어 프로그램
- 삿포로 출발 버스 투어: 약 7,000엔~12,000엔
- 비에이+후라노 콤보 투어도 인기
렌터카를 이용하면 주변 명소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특히 추천드립니다.
주변 가볼 만한 명소
청의 호수만 보고 돌아서기엔 아쉬운 비에이 지역. 함께 둘러보면 좋은 명소들을 소개합니다.
1. 시로가네 온천
청의 호수에서 약 3km 거리. ‘지팡이를 쓸 필요 없는 온천’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피로 해소에 탁월한 온천입니다.
2. 흰 수염폭포 (白ひげの滝)
시로가네 온천 마을 근처에 위치한 폭포로, 온천수가 흘러내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독특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일품입니다.
3. 팜 토미타
후라노 지역에 위치한 라벤더 농장. 여름철에는 보랏빛 꽃밭이 장관을 이루며, 라벤더 아이스크림도 인기입니다.
4. 패치워크 로드
비에이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 언덕과 밭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탐방 후기: 여름의 청의 호수
제가 방문했던 시기는 한여름이었습니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던 날, 청의 호수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물속에 잠긴 자작나무와 낙엽송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수면 위에 반사된 나무 그림자는 거울처럼 고요했습니다.
호수 주변은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어 걷기에도 좋았고, 곳곳에 사진 명소가 있어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제격이었습니다. 특히 호수 끝자락에서 보이는 댐은 이 풍경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상징적인 장소였습니다.
현지에서 판매하는 푸른색 아이스크림은 비주얼은 훌륭했지만 맛은 다소 인공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대신 홋카이도산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진하고 고소해서 추천드립니다.
여행 팁
- 방문 시간: 아침 일찍 방문하면 관광객이 적고, 햇빛 각도가 좋아 더 선명한 물빛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날씨 체크: 흐린 날이 오히려 호수 본연의 색을 더 잘 보여줍니다.
- 소요 시간: 호수 주변을 둘러보는 데 약 30분~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 입장료: 무료 (주차장만 유료)
마무리하며
청의 호수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우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 같은 장소입니다. 죽은 나무들이 서 있는 풍경은 생명과 시간, 고요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며, 그 푸른빛은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줍니다.
다시 그곳을 찾는다면, 이번엔 겨울의 라이트업 풍경도 보고 싶습니다. 눈 덮인 호수와 푸른 조명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밤의 풍경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테니까요.
지금도 그 푸른빛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다시 떠날 날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