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아나우
뉴질랜드 남섬의 대표적인 자연 절경을 손에 꼽으라면 단연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입니다. 그 밀포드 사운드로 향하던 새벽, 잠시 머물렀던 작은 마을 테아나우(Te Anau)는 제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아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고요한 호수, 서서히 물드는 하늘, 그리고 그곳에 잠시 머물던 저의 발걸음까지. 오늘은 그 특별했던 아침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위치와 여정: 밀포드 사운드의 현관, 테아나우
테아나우는 퀸스타운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약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밀포드 사운드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거점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중심에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테아나우 호수(Lake Te Anau)가 자리 잡고 있고, 이 호수는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Fiordland National Park)의 거대한 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광활하고 잔잔합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는 호수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창밖으로 물안개 자욱한 호수가 내려다보였습니다. 밀포드 사운드 투어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야 했기에, 미리 짐을 챙겨두고 알람을 맞춘 채 잠들었지요.
아침: 호수 위를 붉게 적시던 여명
이른 새벽,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인데도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을 수가 없어 가벼운 옷차림으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숙소 앞은 바로 테아나우 호수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 길은 세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듯 고요하고 청명했습니다.
호수 위에는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너머 하늘은 붉은빛과 주황빛이 차례로 덧입혀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도 담았지만,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어떤 깊이와 정적이 그 순간엔 있었습니다. 물새 한 마리가 잔잔한 물결을 가르고 지나가는 장면마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아침의 감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호숫가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마치 자연이 오직 저 혼자만을 위해 연출해 준 장면 같았습니다.
기억은 흐릿하지만 감동은 선명하게
호숫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조식을 먹었는지, 아니면 바로 출발 준비를 했는지는 지금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만나면, 이후의 일들은 덤이 되는 순간이 있지요. 아마 그날 아침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시 출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
밀포드 사운드로 향하는 길은 뉴질랜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며, 수많은 포인트에서 차를 멈추고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테아나우를 출발한 직후, 저는 여전히 그 호숫가 아침 여명의 잔상에 깊이 잠겨 있었습니다.
그 감동은 하루 종일 이어졌고, 밀포드 사운드의 장엄한 풍경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자연의 조화와 신비로움,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낀 평화로움이 그날 하루를 가득 채웠습니다.
감동 포인트
고요한 테아나우 호수의 새벽 산책: 여행에서 만나는 뜻밖의 평화
하늘을 물들인 여명: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풍경
기억은 희미해도 감동은 선명한 아침: 조식 여부는 잊혀도 장면은 가슴에 남아
밀포드 사운드로 향하는 첫걸음: 아름다운 하루의 시작
마무리
여행은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그 길목에서 만나는 작은 감동이 오히려 더 오래 남습니다. 테아나우 호수의 아침은 밀포드 사운드 못지않게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자연이 주는 선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순간이었습니다. 만약 밀포드 사운드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전날 테아나우에서 하루 머무르며 여명을 맞이해 보시길 꼭 추천드립니다. 당신에게도 잊을 수 없는 아침이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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