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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20여 년 만에 다시 본

by 하니맘의방 2025.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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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탄에서 본 푸둥지역

고전과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제가 처음 상하이를 방문했던 것은 2000년 무렵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당시 느꼈던 도시의 분위기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황푸강을 따라 걷던 길, 강 건너에서 반짝이던 불빛,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풍겨 나오던 낯설지만 매혹적인 공기까지. 그때의 상하이는 분명히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도시였습니다.

먼저 와이탄(外灘, The Bund) 지역을 거닐면 마치 19세기말 유럽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영국풍의 석조건물, 고전적인 은행과 무역회사의 사무실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당시에만 해도 아직 낡은 외벽과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중국 본토의 다른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묘하게 이국적인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와이탄은 관광객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세련된 조명이나 깔끔한 보행로가 마련되지 않아, 조금은 무겁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푸둥(浦东) 지역은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신도시의 모습이었습니다. 동방명주탑이 강 건너에서 유독 눈에 띄었지만 주변은 지금처럼 빽빽한 고층 빌딩 숲은 아니었습니다. 몇몇 빌딩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들이 도시의 미래를 암시하듯 반짝이고 있었지요. 황푸강 유람선을 타며 강 건너 푸둥의 야경을 바라보던 순간, 언젠가는 이곳이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하리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상상은 현실을 훨씬 뛰어넘는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시 본 상하이


최근 다시 찾은 상하이는 전혀 다른 도시였습니다. 푸둥의 스카이라인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과거 동방명주가 홀로 서 있던 자리에 이제는 상하이 타워(632m),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센터, 진마오 타워가 어깨를 맞대고 서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강 건너의 건물들은 거대한 스크린처럼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고, 그 앞에서 바라보는 와이탄은 더 이상 고전적인 건축물만의 공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 크게 달라진 점은 교통 인프라였습니다. 2000년대 초 몇 개 노선에 불과했던 상하이 지하철은 이제 세계 최장 규모의 도시철도로 확장되었습니다. 도시 전역을 촘촘히 연결하는 지하철망 덕분에 상하이 어느 곳이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푸둥공항에서 도심을 잇는 자기 부상열차는 여전히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불과 몇 분 만에 시속 400km에 가까운 속도를 체험할 수 있는 이 열차는 “미래 도시 상하이”의 상징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두드러집니다. 예전에는 관광지나 전통적인 시장 중심의 경험이 많았다면, 지금은 글로벌 트렌드가 집약된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프랑스 조계지 일대는 고풍스러운 가로수길과 함께 세련된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들이 들어서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가 줄지어 서 있는 난징루, 대형 쇼핑몰과 현대적인 미술관이 어우러진 신톈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활기찬 나이트라이프는 “중국 안의 세계 도시”라는 별칭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러나 도시가 변했다고 해서 과거의 흔적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와이탄의 석조건물은 여전히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예전과 다름없이 황푸강을 따라 걷다 보면 고전과 현대가 동시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층 빌딩의 불빛이 비치는 강물 위로, 한 세기 전 무역회사 건물들이 어둑하게 서 있는 풍경은 그 자체로 상하이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와이탄에서 푸둥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시간의 대비였습니다. 20여 년 전 처음 봤을 때는 “이 도시가 성장할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그 예감이 눈앞에서 현실로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도시가 변하는 속도만큼 나 또한 세월 속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상하이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중국의 대도시가 아닙니다. 역사와 전통을 품은 동시에,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 메가시티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습니다. 과거의 와이탄이 보여주는 유산과, 현재 푸둥이 보여주는 미래가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모습은 이 도시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입니다.

마무리


☆ 상하이는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가능성이 만나는 곳이자, 세월의 흐름을 통해 도시도 사람도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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